네모의 꿈

기획의도

세수할 때 한 번, 머리 말릴 때 한 번, 옷 갈아입고 한 번, 밖에 나가기 전에 한 번... 우리는 하루에 거울을 몇 번이나 보는 걸까? 직접 말을 꺼내지 않고서야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말 그대로 '외모'뿐이기에 매번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한편으론 외모를 꾸미면서 만족감을 느끼지만, 또 한편으론 남의 시선에 내가 너무 얽매이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아예 외모에 아무 관심 없이 사는 것도 좋은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좋을까?

이런 고민들을 털어 놓다가 우리는 판타지 극영화를 만들어보면 재밌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상자를 덮어 쓴 사람들의 세계를 보여주면서 스스로를 치장하고 서로를 평가하는 모습을 통해 외모꾸미기를 성찰해보고자 한다. 비슷한 화장, 비슷한 성형 기법으로 점점 획일화되고 있는 우리네 얼굴들은 저 비슷비슷한 상자들과 뭐가 다를까? 또 생각해보면 외모꾸미기라는 것은 이러한 상자의 외면을 꾸미는 것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사실 우리의 몸과 얼굴은 단일화된 방식으로만 표현되어야 하는, 결론이 있는 시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감정과 독창성을 풍부하게 드러낼 수 있는 하나의 캔버스가 아닐까? 각자의 캔버스(몸과 얼굴)를 저 유명한 화가들, 김태희나 전지현의 그림들을 최대한 가깝게 따라 그리는 데에만 사용할 것인가?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과 하루하루 느끼는 풍부한 감정들을 다 표현하기에도 벅찬데 말이다.

이렇게 화장을 하거나 옷을 입는 것도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신체에 직접 표현할 수 있는 예술 활동이다. 또한 자신을 결정하고 정치적 지향을 드러내는 일상의 정치적 행위이기도 하다. 우리는 상자 세계라는 판타지적 공간을 빌려, 금욕적이거나 자기도취적인 방식 외에도 좀 더 풍부하고 색다른 방식의 외모꾸미기는 없을까 그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시놉시스

세 번째 알람을 듣고야 겨우 일어난 네모. 거울을 보고 있는 그는 상자 모양의 얼굴을 하고 있다. 학교에 늦을 것 같으니 부랴부랴 준비를 한다.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상자-얼굴 위에 꼼꼼히 화장을 하고... 길거리에 나가며 쇼윈도에 내 모습을 비춰본다. 그러다가 마주친 사람들도 모두 상자를 쓰고 있다. 이곳은 상자-얼굴의 세계. 학교에 가니 친구들이 먼저 강의실에 와 있다. 얼마나 자기들이 예쁘게 꾸몄는지 얘기를 나누며 서로 평가를 한다. 한 남학우에게는 너는 왜 이렇게 화려한 색을 썼니 이러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다들 상자를 쓴 것인데 뭐 이리 외모에 대한 기준들이 까다로운지. 네모는 답답하다 못해 아예 자신의 상자-얼굴에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는데..

(다음날 아침, 네모는 자신의 얼굴에 곱게 물든 단풍잎과 푸른 하늘을 그리고 나타난다. 제일 좋아하는 계절인 가을이 되어서 신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네모의 얼굴은 소소하게나마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네모는 이제 더 이상 화장을 잘 했네, 못 했네, 라는 친구들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얼굴은 내 기분을 표현하고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캔버스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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